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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라 - Track 9: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해
    일상 일기/내가 사랑하는 노래 2021. 5. 10. 02:22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 살게 해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나는 알지도 못한 채 이렇게 태어났고

    태어난 지도 모르게 그렇게 잊혀지겠지

    존재하는 게 허무해 울어도 지나면 그뿐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강하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 살게 해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이 하늘 거쳐 지나가는 날 위해 

     

    이 노래는 앨범 '이소라'의 9번째 트랙 'Track 9'다.

    원래 이소라 노래를 찾아 듣는 편은 아니었는데, 우연히 우울증 관련 노래를 추천받는 게시물에서 위 노래를 발견했다.

     

    <앨범 소개>
    이번 7집 앨범은 ‘상처’보다는 ‘위로’에 가깝고 ‘겨울’보다는 ‘겨울에서 봄’과 어울린다.

    이소라는 7집 앨범 디자인 작업에도 직접 참여해 모든 노래에 자신이 손수 그린 일러스트들로 ‘그림제목’을 만들어 붙여 주고 12가지의 ‘그림제목’이 각기 다르게 표시되어 있는 12종류의 음반 팩키지를 출시하기도 했다.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에 대한 이야기도 그녀 자신은 음악에 대한 설명보다는 각각의 노래들을 작업하는 동안 일기처럼 적어두었던 자필메모를 앨범 안에 넣는 것으로 대신했다.

    <네티즌 리뷰>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외형적인 요건들이다. 바로 모든 트랙에 제목을 부여하지 않고 고유의 트랙넘버만을 기입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 음악들이 엠비언트 음악마냥 차갑게 기호로 상징화된 것도 아니고, 모두가 저만의 가사와 색깔을 가진 채 살아 숨쉬는 곡들이다. 어떤 분은 제목을 거세한 것을 가리켜 '음율 속 많은 이야기를 하나로 규정짓는 것을 걷어냈다'라고 하셨는데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출처: vibe.naver.com/album/151516)

     

    이 앨범은 특이하게도 모든 노래의 제목이 없고, 트랙 번호로만 구분된다. 

    그래서 듣는 사람 각각이 제목을 부여할 수 있다.

    이 노래는 누군가에게 '공감'일 수 있고, '화나게 하는 세상에 대한 울분'일 수 있다.

     

    내가 붙인 이 노래의 제목은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해'

    늘 비교하고, 왜 나만 이럴까 자책하는 나에게 화살을 내가 아닌 세상으로 돌려줄 수 있는 노래다.


    나는 알지도 못한 채 이렇게 태어났고 태어난 지도 모르게 그렇게 잊혀지겠지

     

    나는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지 않았다.

    사실 나는 태어나지 못했을 뻔 했다.

     

    엄마께서 나를 임신했을 때, 나를 낳지 않으려고 하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목사님께서 우연히 그 모습을 보시고는, '꼭 낳아라, 복덩이다'라고 하셨다고.

     

    나는 그래서 태어났다.

    그리고 태어났기 때문에 살고있다.

     

    그리고 끝없이 비교하고, 비교당하고 살아왔다.

    나보다 잘 난 동기를 보며 조용히 페이스북 팔로우를 끊기도 했다.

    나보다 못 난 동기를 보며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다.

     

    내가 최고가 되지 않았을 때 은근한 좌절감, 내가 최고가 되었을 때 은근한 우월감.

    나를 갉아먹는다는 것을 알지만 멈추는 방법을 몰랐다.

     

    이 가사를 봤을 때 내가 느낀건, 나라는 존재는 아주 작고 보잘것 없다는 것.

    누군가 나에게 아주 깊은 신경을 쓰지 않는 이상 나를 발견할 수 없다.

    그말인 즉 나는 나만 파괴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나는 나만 사랑할 수 있다.

     

    아무것도 알지도 못한채 태어났고, 아무도 모르게 잊혀진다면 나를 기억해주는건 나뿐이다.

    이 소절에서 나는 '나'라는 의미를 곱씹어보면서 나에게 덜 상처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 살게 해

    내가 상처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환경이었다.

    여자로 살면서 받는 차별, 그리고 그 차별을 비웃는 사람들.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세상.

    그래도 나는 나를 연료로 태워 앞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한다. 그리고 당연한 고독 속에서 살게 한다.

    매일 일어나는, 더는 놀랍지도 않은 많은 일들.

    그리고 그 안에서 혼자 싸우는 느낌.

     

    싸울 때 마다 기억하려고 한다.

    내가 잘못한게 아냐, 세상이 잘못한거지.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하고 있지.

    그리고 화나는건 이상한게 아냐, 세상이 나를 화나게 하니까 당연한거지.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한다.

    하지만 나를 파괴할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내가 선택해서 태어난 삶이 아니라면

    나는 살고싶은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세상은 나를 화나게 할 수 있지만

    파괴할 수는 없다.

     

    세상은 나를 늘 독하게 다그치지만

    그 상처를 위로할 수 있는건 나뿐이다.

     

    오늘도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면 

    이건 당신 탓이 아니라, 세상 탓이다.

    그리고 그 상처를 낫게 할 수 있는건 당신 뿐이다.

     

    1절에서 세상은 나를 화나게 한다.

    그리고 2절에서 세상은 나를 강하게 한다.

     

    미워하되 세상을 미워하고

    사랑하되 나를 사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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