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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준이 어려운 이유
    일상 일기 2021. 5. 11. 01:24

    취준이 어려운 이유는 답이 없어서다.

     

    자격증 시험, 수능은 답이 있다. 해설도 있다. 정답의 이유가 있다.

    몇년치 기출이 있고, 수십년치의 기출문제 정답을 다 맞힐 수 있다면 무조건 합격이다.

     

    취준은 답이 없다.

    솔직히 스펙이 떨어지는 편도 아니고, 글을 못쓰는 편도 아니다.

    직무 경험도 많고, 직무 이해도 높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내게 '일을 잘 한다'고 했다.

    더 일하고 싶어했고, 함께 일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이력서랑 자소서에는 그게 드러나지 않나보다.

    재밌는건 내가 정말 놀라운 성과를 혼자 냈음에도 믿지 않는다는 것.

    내가 봐도 안 믿을 것 같아 더욱 구체적 수치를 넣어봐도, 구체적인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끝이다.

     

    결국 내 서류를 읽는 그 순간, 담당자의 기분이 나쁘지 않아야 하고,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근처에 없어야 붙는다.

    하지만 나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힘이 들어 취준 유튜브를 찾아본다.

    A 채널에서는 기여도를 꼭 쓰고, 미래를 쓰지 말라 한다.

    B 채널에서는 미래를 절대 쓰지 말고, 직무 얘기만 하라 한다.

    C 채널에서는 직무 얘기는 쓸 필요 없고, 기여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A,B,C채널의 구독자 수를 합하면 50만이 넘는다. 조회수도 100만이 넘을거다.

    다 비슷한 틀에 맞춰 쓴다. 그리고 합격한다,

    면접관과 인사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틀에 맞춰 쓰면 적어도 조금 더 나은 사람을 가리기 쉬워지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는데,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나보다.

    많은 회사원들이 '나도 회사를 고르는 거라고 생각하라'고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고르기 전에 걸러지는걸.

     

    많은 나이도 아니고, 지금 대학에 들어가도 20대다.

    나이에 비해 직무 경험도 많고, 경력 기간도 많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나보다.

     

    일 잘하는 사람들의 스펙과 가장 비슷한 사람을 뽑았을 것이다.

    내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걸까? 아니면 많이 달랐나?

     

    최근 AI면접 결과를 봤는데, 재밌게도 마케팅 적합도가 제일 낮더라.

    오히려 회계, 재무, 기획 적합도가 높았다.

    내가 보수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보수적이라기보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과감히 결정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알다시피, 마케팅은 창의력만 가지고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데이터를 근거로 생각하고, 공감하고, 예산 한도 내에서 집행해야 하므로 신중해야 한다.

    트렌드도 잘 읽어야 하지만, 그만큼 예민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논란이 있으면 수십억의 예산이 날아가기에 더욱 보수적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있던 사람과 융합하기 위해 비슷한 사람만 뽑는다면, 그 조직이 변화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럼 그 모습에 맞춰가야 하는 걸까, 나를 그대로 밀고 가야 할까?


    취업은 운이라고 한다.

    쉬운 말로 개떡같이 써도 찰떡같이 붙고, 찰떡같이 써도 개떡같이 떨어진다고 한다.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뽑는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누가 봐도 뛰어난 스펙인 친구는 떨어뜨렸다.

    반대로 아무것도 없고, 첫 인턴인 친구를 뽑았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가르치기 편하고, 간절하니까 중간에 나가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뛰어난 스펙인 친구라고 간절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날 업무가 많다면, 당일에 들어온 이력서는 3초만에 읽히고 넘겨졌다.

    업무가 적은 날에는 꼼꼼하게 읽혀졌다. 그리고 당연히 후자의 친구들이 면접을 보러 온 비율이 높았다.

     

    이렇게 답이 없는데 계속 지원하고, 떨어지는 과정이 반복되니 취준생들이 우울한거다.

    차라리 경험이 부족했다면 채울 수라도 있을텐데.

    많은 사람들이 내 능력과 이력을 모두 인정한다. 부족하지 않다고 한다. 당장 합격할 수 있을거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 곳도 합격하지 못했다.

     

    답도 없고, 답을 찾아갈 수도 없으니

    막막한 노릇이다.

     

    그래도 나를 떨어뜨린 회사라면, 내가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정말 나랑 찰떡같은 회사라면 내가 개떡같이 써도 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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