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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내일: 누군가의 성취가 나를 우울하게 할 때
    이것저것 읽기/온라인 글 2021. 5. 28. 23:44

    https://univ20.com/108794

     

    누군가의 성취가 나를 우울하게 할 때

    “걔 그렇게 성공했대”의 ‘걔’가 되고 싶어서

    univ20.com

     

    대학내일에 기고된 에세이 중 하나다.

    글쓴이는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했고, "걔 그렇게 성공했대"의 '걔'가 되고 싶어하는, 평범하지도 비범하지도 않은 스물 세살이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열심히 사는 사람이 본인보다 언니면 안심하고, 동갑이거나 어리면 열등감을 느낀다.남과의 비교를 하지 않으면 된다는 진부한 말을 되뇌이며 열등감을 느끼지 말자고 다짐하기도 한다.

     

    딱 나의 스물 셋과 똑같았다. 분명 성적도 높고, 경험도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난 특별한 사람으로 자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에 와보니 나보다 특이한 사람도 많고, 잘 난 사람이 더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마케터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동기도 있었고, 1학년때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 2학년때 휴학을 하고 바로 창업의 길로 들어서, 국내에서 매우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동기도 있다. 아버지가 치과의사인 부자 친구도 있고, 영어를 원어민수준으로 하는 언니도 있었다. 

     

    그들과 나는 가는 길이 다르다. 비교할 필요 없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내 인스타 피드나 페이스북 피드에 보이면 몰래 언팔로우(친구 관계는 유지하지만 한달 간 게시물은 눈에 안보인다)하거나 오히려 대놓고 축하를 보냈다. 나보다 느린 사람들을 보며 안도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과거다.

     

    사람은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고, 나만의 길을 가라고 하는 말은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왔다. 래퍼 이영지는 열등감을 원동력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나는 원동력으로 삼기 전에 부러워만 하고 끝난 경험이 너무 많다. 종종 위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만 이런게 아니구나 하며 위로를 얻기도 하지만 얼마 안가 다시 열등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 우연히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는 글을 잘 썼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아도 글쓰기 대회의 상은 모조리 쓸었고, 말 잘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요즘에는 글쓰기 과외도 다니고, 대학의 수업을 이용해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빨리 알고, 재밌어하는 것을 쑥쑥 해가는 것이 부러웠다. 그래서 대놓고 너무 부럽다, 존경스럽다고 했더니 이외로 그 친구는 내가 부럽다는 대답을 했다.

     

    그 친구에게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고,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늘 앞서갔으며, 원하는 대학, 좋은 직장에 착착 합격했다. 돈 걱정 없이 계속 돈을 버는 사람이었고, 커리어가 끊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 평가를 그대로 내 친구에게 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절대로 비교 없이 나를 평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평가는 매우 의미 없다는 결론도 내렸다. 내가 열등감을 얻고 있을때, 동시에 누군가에게 나는 열등감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일 수 있다. 심지어 그 누군가와 내가 서로를 부러워하고 있을 수도 있다. 상대적인 평가도, 절대적인 평가도 불가능한 셈이다. 나보다 나은 너와, 너보다 나은 나는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조금 나아졌다. 물론 열등감은 계속 발생할 것이지만, 부러우면 따라해 보고, 내 길이 아닌가보다, 하면 된다. 생각해보니 춤 부분에서는 단 한번도 열등감을 느낀 적이 없는데, 그냥 내가 춤을 못춘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거울을 보며 춤을 출 때 우울하기보다 너무 웃기고 뚝딱이는 내 모습이 재미있을 뿐이었다. 

     

    누군가가 부러울 때, 나보다 더 낫다는 것을 인정하고 끝내야한다. 더 나은데 나는 뭐지, 내가 더 나은점이 있긴 한 걸까 고민하다보면 우울의 굴레에 빠진다. 그냥 못난 점은 인정하고, 잘난 점도 인정하고, 잊고, 끝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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